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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반 두목 선생님 (2002.0515)

중학교 3학년 3반, 그 반은 한마디로 ‘텍사스반’이었다. 패싸움이 나든가 여하튼 크고 작은 말썽이란 말썽에는 3반에서 제일 많은 숫자가 걸렸으니 3반은 선생님들이 항시 주목하는 ‘요주의 반’이었다. 그 3학년 3반의 담임은 상업을 가르치는 33세의 홍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마른 몸매에 훤칠한 키, 자칭 미남이라고 주장하지만 절대 미남일 수 없는 그런 얼굴로 텍사스 반을 평정한 우리의 두목 선생님이었다. 급하면 사정없이 날아드는 알밤 세례, 까까머리에 대고 문질러 대는 주판, 칠판 위쪽에 위치한 대걸레 자루, 이런 것들이 선생님의 무기였다. 대걸레 자루를 꺼내드는 순간이면 교실 안은 정적이 감돌았고, 사정없이 몰아치는 풀스윙에는 어떤 놈도 장사가 될 수 없었다. 알아서 해!>신중한 판단, 과감한 실천!>..

내글모음 2002.05.15

못된 아들놈 때문에 잠못 이루는 밤

작년 봄에 건방지게스리 부모 보약값이라고 거금을 내 놓았던 그 몹쓸 아들 녀석이 글쎄 어제밤 또 사고를 한 건 쳤다.  뭐 원래 그런 놈인줄 알고 있어서 별로 놀랄만한 일도 아니고 또 지난번 전과사실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못된 자식놈 하는 짓을 이번에도 숨김없이 고발하려고 한다.   저녁 늦게 비디오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우리집 '큰나무'(=부인)가 말을 걸어왔다.   - 이 녀석이 왜 안 오지?- 오겠지. 근데 이 녀석이 오늘 어버이날이라고 선물을 사 들고 오면 뭐라고 해야지?   - 어이구, 작년에 보약값 받아 놓고는 또 뭘 바래? 아직 약효가 남았잖아.- 그거 벌써 언제 일인데...   - 뭐 사오라고 돈 줬어?- 다 큰 녀석이 지 돈으로 사오면 되지 무슨 돈을 주냐?   ..

내글모음 2002.05.08

어쩌란 말이냐?

5월 첫날 비개인 오후 차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활기차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노래를 듣는다.  유익종, 이광조, 조용필, 패티김, 김광석, 박강성...  그러다가 아까 의사가 한 말을 생각해 본다. 이제 다시 운동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마음은 서태지라서 문제'라고 대답했겠다.    이런 노래를 들으면 이렇게 가슴이 저려오는데...  이든 이든 누구를 만나기만 하면 새로운 사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랑하는 여인의 창가에서 세레나데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CF 대박을 터뜨려야 하고, 이번 여름 백두산에 가야 하고, 마라톤 다시 해야 하고, 히말라야 5천미터 캠프까지는 가야 하고, 국토순례 도보여행도 해야 하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은 많기만 한데 아~~~, 어쩌란 말이냐?..

내글모음 2002.05.01

국민학교 동창회 25년

지난 1월 에서 국민학교 때 무대에 섰던 일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다시 반복해 보자.  국민학교 4학년 때, 무슨 일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 운동장에 모여 있다가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무대 위에 불려 나가 노래를 했는데, 무슨 노래인가 하면 남성 4중창단 '블루벨스'가 불렸던 이었다. 나의 첫번째 큰 무대 데뷔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때 수많은 청중 가운데 한 여자애가 나를 유심히 보아 두었는데 이것이 내 인생에서 엄청난 사건이 되고 말았다. 이 사건의 전말 역시 언제가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그때 벌써 내가 찜을 당한 건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그때 그 시절 나와 그 소녀는 영등포에서 같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강건너 시내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오..

내글모음 2002.04.20

내 친구 장보고 장군 (2002.0417)

장보고 장군이 누군가?그 옛날 통일신라시대 남해바다 청해진에 자리를 잡고 한중일 3국의 바다를 호령하던 분, 충무공보다 훨씬 먼저 해군의 원조라 할 만한 분이다. 그런 분하고 친구라니 무슨 소리인가? 또 꿈 얘기를 하고 있나?     내 친구 중 한 녀석 별명이 장보고 장군이다. 그 녀석은 중학교 때 농구, 고등학교 때 육상과 씨름, 대학교 때 미식축구를 했고, 공부하고는 상당히 먼 거리를 유지하였지만, 술과는 가깝다 못해 한날 한시도 떨어져서는 못 사는그런 넘이다.  새벽까지 술마시고 집에 가다가 개천에 빠져서 익사 직전이었다든가, 동네 깡패들한테 뒤통수가 깨졌다든가, 납치하려 하는 괴한들과 결투하다가 칼로 목을 찔렸다든가 하는 무용담이 부지기수로 많다.   게다가 이런 일도 있었다. 작년 동아마라톤 ..

내글모음 2002.04.17

다시 결혼하고 싶다 (2002.0413)

어제 낮 은사님의 큰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고등학교 때 생물을 담당하셨던 정 선생님, 그분을 처음 뵌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대학원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선생님에게서 교과서에 없는 엄청난 것들을 배웠다. X,Y 염색체, DNA, RNA...  키 180cm 가까운 거구에 교과 강의는 물론, 운동 잘 하시고, 글 잘 쓰시고, 10대 감수성을 잘 이해해 주시던 그분은 후에 문교부 편수관을 거쳐 대학 교수가 되셨고, 드디어 국립대학교의 총장이 되셨다.  내가 대학 1학년 때였던가, 선생님이 결혼하신다면서 내게 결혼식 사회를 부탁하셨다. 결혼식 사회자로 대학생 제자를 생각하실 만큼 트인 분이셨다. 당연히 나는 승낙을 했지만 이 멋진 계획은 결국 실행에 이르지는 못했다. 선생님 친구분들의 반대..

내글모음 200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