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동아마라톤 때의 일이다. 언젠가처럼 꿈이 아닌 생시에서 말이다. 그 이전까지 동아마라톤은 경주에서 열렸었다. 서울의 상황이 도심을 지나는 마라톤 코스를 운영하기가 어려운지라 생각도 못 했었는데 동아마라톤이 광화문-종로 코스에서 열기로 했단다. 항상 차가 붐비는 종로 거리를 뛴다고 생각하니 빠질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겨울 동안 전혀 달리기를 하지 않아서 도저히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출발점인 광화문에서부터 동대문까지 종로통 5키로만 살살 뛰어 보자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각을 했다. 대회당일 광화문 출발 지점인 광화문 네거리에 서니 수도 서울의 한복판을 점령한 듯한 기분이었다. (혁명군처럼!) 흥분 속에서 달리기 시작, 종로를 지나 동대문은 너무도 가까웠다. 5키로 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