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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표정관리를 (2002.0101)

를 하는 친구가 있다. 좀 생소한 직업이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모델을 구하는 사람과 모델을 하려는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일이다. 광고화면에 등장하는 유명 연예인은 물론이고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들도 출연 교섭은 모델 에이전시가 한다. 좀 특수한 직업소개업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벌써 4~5년 전이던가, 어느 날 그 친구와 저녁을 먹다가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너, 모델 한번 해보지 않을래?" "모델? 한번 해볼까? 뭐, 해 보지." "그래, 그럼 사진부터 찍어라." "알았어." 그리고는 잊어버리고 지냈는데, 한참 후 그 친구가 사진 독촉을 했다. 모델이라는 게 그냥 되는 게 아니고 일단 모델 에이전시에 사진을 첨부해서 등록을 해야 한단다. 그 사진이라는 것도 그냥 보통 사진이 아니고 복장도 갖..

내글모음 2002.01.01

등산, 마라톤에서 국선도까지 (2001.1231)

그동안 내가 좋아하던 각종 운동-테니스, 스포츠댄스, 축구, 등산, 마라톤-에 이어 얼마 전부터 국선도를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난히도 열 받는 일이 많았었지만, 누구에게 화풀이할 수도 그렇다고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그저 나 자신의 원죄나 전생의 업보 때문이거니 하면서 마음을 달래보다가 그래도 안 되면 산속으로 들어가 바윗길을 오르거나 강변을 마구 달리곤 했다. 어찌보면 그것은 운동을 빙자한 자학의 몸짓이었다. 40여년 동안 여린 영혼을 담아 주었던, 그리고 아무런 잘못도 없었던 내 육신은 이런 자학행위에 아픔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무릎에서 시작한 아픔이 다음에는 허리로, 그 다음에는 왼쪽 엉덩이로 옮아가서 아예 붙박이가 되어 버린 듯했다. 다리가 저려오기까지 했다. 누워 있는 자세가 불편해서 ..

내글모음 2002.01.01

딸의 눈으로 본 부모 (2001.1230)

제가 언젠가 한번 저희 가족이 '코스비 가족' 같다고 했더니 그걸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니신 부모님이 좀 원망스럽군요. 사실 저희 가족은 그렇게 웃기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저 다른 가족들과는 좀 다르게 모두 엉켜서 살아가는 이상한 사람들일 뿐이죠. 부모와 자식인지, 친구인지가 좀 구별이 안될 뿐이란 말입니다. 먼저, 항상 노래만 부르고 다니시는 우리 아빠, 어제도 신곡을 좀 가르쳐 달라고 하시더군요. 근데 전 가르쳐 드리고 싶지가 않아요. 귀찮아서가 아니라, 요즘 노래는 아빠의 트로트식 창법에 어울리지 않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아빠의 목을 거쳐 트로트가 되어 나오는 걸 들으면 소름이 돋습니다. 하지만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습은 본받을 만 하죠. 노래방 가면 18번 하나 정해놓고 맨날 부르는 ..

내글모음 2002.01.01

일환이를 보내며 (1997.0513)

봄이면 라일락 향기가 코를 찌르던 경희궁에서의 6년 세월-꿈처럼 아스라이 멀어진 그 시절! 병상에서 너는 그 시절이 그리웠더냐? 병실 창밖으로 보이는 라일락꽃을 그리워하고 네 딸아이가 따다준 라일락꽃 향기에 빠져들다가 ‘라일락꽃 피는 계절에 우리 사랑했었네 라일락꽃 입에 물고서 우리 사랑했었네~~’라는 아주 오래된 노래 몇 소절을 흥얼거리곤 하던 네가 라일락 향기가 사라지자 우리 곁을 훌쩍 떠나가는구나.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했던 너의 끊임없는 재담도, 어느 모임에서나 청중을 매료시켰던 너의 노래도 이제는 다시 들어볼 수가 없구나. 너와 함께 즐겨 부르던 노래 ‘향수’도 이제는 함께 할 수가 없구나. 가곡이든 팝송이든 가요든, 노래라는 노래는 모두 다 네가 부르기만 하면 우리의 넋을 빠지게 했었지. 네 ..

내글모음 2002.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