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기 취미 111

그래도 봄은 온다

촉 - 나태주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 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작은 씨앗이 굳은 땅에 뿌리를 내린다 가지 끝에 달린 꽃망울이 터져나온다 메마른 풀섶을 헤치고 새싹이 나온다 죽은 것처럼 거친 등걸에 새순이 솟는다 드러나게 보이지는 않지만 움직임이 느껴진다 여기저기에서 이런 작은 것들이 계속 움직이면 우울하고 지루하던 세상도 결국 뒤집어지고 만다 시인이 노래한대로 여리고 부드러운 촉 끝에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이라도 숨어 있는가 보다 온 세상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니 일상을 잃어버린 사람들 모두 우울하기만 하다 그래도 봄은 온다! 박인희 노래 듣기! https://www...

사진따라 2020.03.04

전쟁과 평화

평화 - 김영월 텅 빈 겨울 숲 나도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가만히 기도하고 싶다. 관악산이나 청계산처럼 가까운 산에만 올라가도 군사용으로 사용하던 시설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버려진 탓에 철조망은 녹슬고 표지판은 지워졌지만 이 땅의 젊은이들이 청춘의 긴 세월을 보내면서 흘렸을 땀방울을 생각하면 괜스레 가슴이 짠해진다 동해안 해파랑길에는 비어있는 초소들이 많은데 그 중에는 아예 ‘쉼터’ 간판을 걸어놓은 곳도 있다 이집트를 비롯해 문명이 시작된 이래 3,400년 동안 인류가 전쟁 없이 지낸 기간은 겨우 268년이고, 1945~1978 33년 동안 지구상에 전쟁이 없던 날은 겨우 26일뿐이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김재명 저, 에서 발췌)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피해를 본지 거의 70년이 ..

사진따라 2020.02.29

무덤

묘비명(墓碑銘) - 이호우 여기 한 사람이 이제야 잠들었도다 뼈에 저리도록 인생(人生)을 울었나니 누구도 이러니 저러니 아예 말하지 말라. 2004년이니까 벌써 16년 전의 일이다 러시아 여행길에 톨스토이의 생가를 방문했다 그가 살았던 흰색의 2층 목조건물을 둘러보고 안내자를 따라서 산책하듯이 숲길을 걷다보니 아무런 표지도 없는 작은 무덤이 보였다 큰 비석은커녕 조그만 장식도 없는 무덤 앞에는 찾아온 사람들이 두고갔을 꽃다발만 놓여 있었다 세계적인 대문호의 무덤치고는 너무 소박해서 아직도 그 장면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해인사에서 성철 스님의 사리탑을 처음 봤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훨씬 커서 놀라웠다 성철 스님을 잘 모르지만 이렇게 만든 제자들을 칭찬하시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

사진따라 2020.02.27

셀카 사진

여행을 다니다 보면 특별하지도 않은 곳에서 별것도 아닌 상황에 별난 포즈로 셀카찍는 사람을 자주 본다 그런 사람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간혹 셀카 찍는 그 사람 사진을 슬쩍 찍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과는 다르게 셀카가 젊은 세대에게 전혀 특별하지 않은 당연한 일상이 된지 이미 오래다 한동안 가제트 팔처럼 생긴 셀카봉이 유행하나 싶더니 이제는 핸폰으로 셀카를 편하게 찍기 위한 여러 가지 유용한 앱들이 경쟁적으로 계속 개발되고 있는가 보다 굳이 인생샷은 아니지만 아주 평범한 사진 속에라도 자신의 얼굴을 넣는 것이 소확행이라 할 수는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내 얼굴이 크게 보이는 사진을 대하면 마치 고문 도구처럼 느껴질 뿐 그리 반갑지가 않다 그래서 셀카 사진을 찍을 때면 그림자를 이용하..

사진따라 2020.02.25

견공 찬가

동행 - 제페토 툭, 하고 목줄 당기면 삼나무 숲에 가자 하는 것임을 보이지 않아도 내 다 안다 행여 목이 조이지 않을까 때때로 돌아보는 선한 눈을 저무는 하늘을 볼 수 없는 나는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래도 내 다 안다 툭, 하고 목줄 당기는 그 때가 우리 아쉽게 돌아가야 할 때임을 아침이면 카톡으로 해설이 있는 시가 배달된다 때로는 귀찮기도 하지만 고마운 경우가 더 많다 며칠 전 받은 이 시에서 시인의 이름만 보고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해설을 읽어보니 SNS에 소개되는 어렵고 소외된 분들의 기사에 따사로운 시로 댓글을 다는 시인의 닉이었다 이렇게 쓴 시들을 모아서 시집까지 발간했지만 이 시인은 40대 직장인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 있었던 실화인데, 시력을 잃은 6살짜리 개를 7살짜리 안..

사진따라 2020.02.20

술 - 정창순 땅거미에 등 떠밀려 논두렁길을 돌아올 때면 발밑에 눈 부서지던 소리 앞서 가시던 아버지의 두루마기 자락에서 끼치던 바람 같은 술 냄새 아, 정겨운 그리움이여! 기뻐서 한잔, 슬퍼서 한잔... 술꾼들이 한잔하기 위한 핑계는 수도 없이 많지만 한잔 술에 온갖 근심 걱정을 씻어낼 수 있는 것은 틀림없으니 술을 망우물(忘憂物)이라 부를 만하다 술을 라틴어로 ‘Aqua vitae(생명의 물)’라고 하는데 빈혈에는 철분이 풍부한 포도주를 마시고, 담석증이 있으면 이뇨제 대신 맥주를 마시고, 오래 전부터 위스키를 응급 처치용으로 활용했으니 라틴어 이름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고사에서 보듯이 과도한 술로 인해 발생하는 어두운 사건 사고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

사진따라 2020.02.14

다리

너에게로 가는 다리 - 최규학 나는 너에게로 가는 다리를 놓지 않을 것이다 다리가 놓이면 쉽게 다가갈 수 있겠지만 사랑이 작아질까 두렵다 너와 나 사이에 다리가 놓인다면 산과 계곡 강과 바다가 사라질 것이다 너는 망망대해의 섬일 때가 좋다 나는 험한 파도를 헤치며 노를 저어갈 것이다 너는 깊은 산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산일 때가 좋다 나는 너를 찾아 높은 산을 넘고 깊은 계곡을 건널 것이다 나에게로 가는 힘든 여정이 오롯이 사랑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너에게도 가는 다리를 놓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자신이 귀하게 여기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다리를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는가 보다 하지만 작은 섬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바다 건너 바라보이는 멀지 않은 육지에 나가려면 배타고 십분이지만 배 기다..

사진따라 2020.02.12

뒤집힌 세상

어렸을 적에 허리를 숙여 내 가랑이 사이로 쳐다보면 천장에 달라붙어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신기했다이제는 그런 자세를 취하기도 어렵거니와 길거리에서 그렇게 하고 있으면 맛이 간 사람 취급받을 것 같다^^  강변 풍경을 보다가 물에 비친 장면을 찍어놓고 보면 사진에는 익숙한 풍경이 거꾸로 서 있기 마련이다장난 반 호기심 반 사진을 90도씩 두 번 돌려놓으면그 사진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는 경우도 있다몇 번을 돌리다보면 간혹 위아래가 헷갈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짧지 않게 살면서 비정상을 많이 본 탓인지때로는 비정상이 지극 정상으로 보이기도 하고,반대로 멀쩡한 정상이 비정상으로 보이기도 하니정상과 비정상을 확실히 구분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가끔 세상을 뒤집어 보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아무리 그래도 설마 이런..

사진따라 2020.02.08

지는 해

(영화 스틸사진 펌) 무려 8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랑받는 영화가 있다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헐리우드에서 30년 이상 최고 흥행작이었던 대작 !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스칼렛(비비안 리 분)은 하나뿐인 딸을 잃은데 이어 레트(클라크 게이블 분)마저 떠나고 혼자 남게 된다 잠시 쓰러져 울다가 곧 밝은 얼굴로 일어선 그녀는 자신의 고향인 타라로 돌아갈 것을 굳게 다짐한다 이 장면에서 아주 유명한 독백 대사가 나온다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직역하면 "결국, 내일은 또 다른 날일거야!"이겠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로 멋지게 번역되었다 그리고 큰 나무가 서 있는 아름다운 석양 풍광이 페이드아웃 되면서 4시간 가까운 긴 영화가 끝난다 뜨는 해가 있으면..

사진따라 2020.02.06

뜨는 해

내 나라 내 겨레 - 김민기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피어린 항쟁의 세월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 위에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환히 비치나 눈부신 선조의 얼 속에 고요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 앞에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 출사 다니는 사람들은 새해 첫날을 산이나 바닷가에서 맞이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외딴 곳에서 추위와 싸우며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게으른 탓에 새해 첫날은 물론이고 여느 날에도 일출 사진을 찍으려고 그 고생을 한 적은 없지만 태백산 등산길에 일출을 기다리던 기억은 있다 한겨울 새..

사진따라 2020.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