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착하다 - 신천희 내가 하는 짓을 보고 그대로 배우는 그림자는 착하다 밝은 곳에서 떳떳하게 하는 짓은 좋다고 따라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몰래하는 짓은 절대 따라하지 않고 도망가 버린다 열 달이 지난 손녀와 놀다 보니 여러 놀이를 하게 된다 거울 놀이는 지났고 요즘 그림자 놀이를 새로 시작했다 해가 비치는 창가에서 손이나 장난감으로 마룻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 움직이면 그림자를 잡으러 쫓아다닌다 그림자는 실체와 빛이 만드는 허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손녀가 깨닫기까지는 아마도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 어른들이 문창호지 위에 손으로 만든 그림자 개나 새를 보면서 신기해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좀 커서는 햇빛 아래 걸어갈 때 발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따라오는 그림자를 떼어놓으려 했던 기억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