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내가 고양이를 제대로 대해 본 적이 없는 탓이겠지만 봄과 고양이 사이에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 보였는데 봄의 느낌을 고양의 털, 눈, 입술, 수염에 연결시킨 시인의 신선하고도 섬세한 감각이 너무나 놀랍다 자료에 의하면 이장희 시인은 1900년 출생에 1929년 사망했는데 아주 짧은 생을 그것도 자살로 마감했다 시인은 대구의 부호이자 조선총독부 고위직에 오른 친일 인사의 무려 11남 8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는데 다섯 살 때 모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