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111

트롯 바람

지난 해 미스 트롯에 이어 올해 미스터 트롯까지, 트롯 바람이 열풍을 넘어 가히 광풍 수준인 듯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동요가 아닌 트롯을 즐겨 불렀다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노래 가사를 공책 빈칸에 깨알같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어 가지고 다니곤 했는데, 그 노래라는 것이 김정구, 남인수, 고복수, 박재홍, 박경원, 명국환, 현인, 백년설, 이런 분들의 노래였다 중학교 졸업식 날, 말썽 많았던 우리 반 교실에서는 담임 선생님 주관으로 조촐한 노래 공연이 벌어졌다 그날 내 노래는 이상열의 였다 선생님과 학부형들 앞에서 까까머리 중학생이 부른 노래치고는 수준이 너무 높아서 놀라셨을 것 같다^^ 중학 시절 남일해, 최희준, 이상열, 오기택의 노래에서 고교 시절에는 남진, 나훈아, 배호의 노래로 바뀌었고, 그..

사진따라 2020.03.29

사진 이야기

(영화 스틸사진 펌) 웨인 왕 감독이 연출하고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영화 의 주인공 남자는 매일 아침 8시면 자신의 담배가게 앞에서 카메라로 거리 풍경을 찍는다 13년간 ‘똑같지만 똑같지 않은’ 사진을 무려 4천장이나 찍은 이 남자는 사진사? 사진작가? 그냥 취미활동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언제,어디서나,아무거나 무작정 찍어서 모아놓은 사진들이 13만장을 훌쩍 넘었다 사진을 다시 훑어보면서 주제별로 10여장씩 묶어보았다 사진,셀카,의자,바위,나무,한강,산,창문,가을,휴식,깃발... 여기에 짧은 시나 글을 붙이니 이른바 ‘포토 에세이’! 한동안 영화가 주류였던 내 블로그에 라는 새로운 게시판을 걸고 올린 글이 어느새 50편째이다 시작할 때 100편을 예상했었으니 벌써 반환점에 도달, 계..

사진따라 2020.03.22

틀에 넣기

환자가 수술을 할 경우 생존 확률이 90%라는 것과 사망 확률이 10%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 논리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환자에게 전자의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이 후자의 방법보다 받아들이는 확률이 높다고 한다 춘추전국 시대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키웠는데 먹이로 줄 도토리가 부족해지자 “아침에는 3개, 저녁에는 4개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모두 일어나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 아침에는 4개, 저녁에는 3개 주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모두 좋아하며 엎드려 절을 했다고 한다 (고사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기원)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틀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 그 틀이 올바른 것이든 아니든, 한번 빠져들게 되면 스스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사진따라 2020.03.22

잃어버린 자전거

2차대전 후 실업자가 수없이 넘쳐나던 로마, 주인공 남자는 포스터 붙이는 일을 하기 위해 겨우 마련한 자전거를 길에 세웠다가 잃어버린다 달리 먹고 살 길을 찾을 수 없었던 그 남자는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훔치지만 바로 붙잡힌다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영화 은 패전 후 암울했던 상황을 그린 손꼽히는 명작이다 이런 정도로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잃어버리는 사건은 가끔 보고 듣는다 어떤 남자1, 운동을 하려는 목적으로 보통 자전거를 구입했다 동네에서 가까운 강변으로 신나게 타고 다니다가 아파트 계단 난간에 쇠줄로 꽁꽁 묶어놓았는데 어느 날 아침에 나와 보니 안장이 사라져버렸다 안장을 새로 사서 달았더니 또 사라져버렸다 그 후로는 새로 산 안장을 빼서 들고 다녔을까? 아니면 혹시 안장도 ..

사진따라 2020.03.21

신 천지

신발 - 정호승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내 신발이 말했다 발아, 미안하다 내 발도 말했다 신발아, 괜찮아? 너도 참 아프지? 등산이나 도보여행을 종종 무리하게 다니다 보니 발에 물집 잡히거나 뒤꿈치 까진 건 부지기수이고, 피멍 들었던 발톱이 빠진 게 벌써 몇 번인지 모른다 그럴 때면 내 발을 만지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내 발이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하네’, 뭐 이런...^^ 험하게 다녀야 직성이 풀리던 질풍노도의 시절이 지난 어느 날 내 발을 들여다보니 너무 거칠었다 한편으로 고맙기도 하고 또 미안하기도 해서 한동안 내 발에 크림을 발라가며 마사지를 했다 애기 발처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지만 그런 꿈을 실현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는지 마르고 갈라졌던 뒤꿈치만 조금 나아..

사진따라 2020.03.18

돌담

비내리는 덕수궁 돌담장길을 우산없이 혼자서 거니는 사람 무슨 사연 있길래 혼자 거닐까 저토록 비를 맞고 혼자 거닐까 밤비가 소리없이 내리는 밤에 밤도 깊은 덕수궁 돌담장길을 비를 맞고 말없이 거니는 사람 옛날에는 두 사람 거닐던 길을 지금은 어이해서 혼자 거닐까 밤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밤에 시청앞에서 대한문을 지나 정동으로 이어지는 한적한 덕수궁 돌담길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 코스였다 그런데 이 길을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었다 1961년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던 어느 봄날, 술을 마시고 밤늦게 이 길을 지나가던 작사가 정두수는 돌담에 기대어 울고 있는 제대복 차림의 청년을 목격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청년의 모습을 잊지 못한 정두수는 알 수 없는 청년의 사연을 상상하며 가사를 써내려갔다 ..

사진따라 2020.03.15

그림 같은 집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가수 남진이 현란한 몸짓으로 부르던 나 음악시간에 배웠던 미국 가곡 이나 노래에 등장하는 의 의미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안전, 행복, 포근함, 편안함, 그리움 ... 역마살의 충동을 따라서 배낭 메고 길을 나섰다가도 며칠만 지나면 집으로 돌아갈 날을 꼽아보게 된다 힘이 들거나 조금이라도 아프면 더욱더 간절하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지만 서울의 집값은 늘 오르기만 할 뿐 내릴 줄은 모른다 평범한 직업을 가진 젊은이들이 집 마련은 포기하고 취미생활에 많은 돈을 쓰는 것도 이해할만한 일이다 집값이나 평수로 가족의 행복이 결정되는..

사진따라 2020.03.12

완행열차의 낭만

국내에서 장거리 도보여행을 다닐 때 기록을 보면 서둘지 않아도 하루 최소 30km 이상은 걷는다 이 속도로 계속 걷는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 14일이면 갈 수 있고, 목포까지 (350km) 12일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걷다가 아주 힘들면 갈 길이 멀다는 느낌도 들지만 우리나라 땅이 너무 좁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더 크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4,000km쯤 된다면 어떨까? 그래도 한번 걸어볼만하다는 생각을 할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는 약 2시간10분 걸리고, 새마을로는 4시간40분, 무궁화로는 5시간30분 걸린다 서울에서 아침 KTX로 출발하면 부산에서 점심 먹고 어지간한 일을 보고 저녁에 돌아오기에 충분하다 바쁘게 일하는 사람이야 당연히 KTX를 타야겠지만..

사진따라 2020.03.08

빛의 예술

천체나 불, 인공적인 조명 또는 특수한 생물체 따위의, 스스로를 밝히는 현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 파장이 4,000~7,000 옹스트롬의 가시광선을 나타내며, 시신경을 자극하여 사물을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넓은 의미로의 빛은 적외선과 자외선 및 X선 , 감마선까지 포함하여 지칭하기도 한다. (다음백과에서 펌) ‘빛’의 정의를 검색해 봤는데 볼수록 더 어려워진다^^ 어쨌거나 이 세상에 빛이 없으면 사진도 찍을 수 없다 그래서 사진은 ‘빛이라는 자연의 붓이 남긴 기록’이고, 빛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빛의 예술’이기도 하다 빛의 역할을 특히 강조한 멋진 사진을 찍는 작업은 카메라 장비는 물론이고 장비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기술까지 제대로 갖추지 않고는 감히 넘볼 수 없다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사진은 ..

사진따라 2020.03.07

박물관은 살아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하 ‘중박’)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중박은 경복궁에서 지금은 없어진 옛 중앙청으로 옮겼다가 그곳에서 다시 이촌동으로 이전하였다 이촌동 이전이 2005년, 벌써 15년이나 지났지만 중박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나의 지인들이 많다 나 역시 자주 찾기 시작한지는 몇년 되지 않는다 중박에 가면 역사 교과서나 뉴스를 통해서 보던 눈에 익은 국보나 보물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심지어 정원에도 국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중박에서는 국내외의 진기한 문화재들을 주제별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획전시회가 자주 열리고, 도서관에는 역사와 문화에 관한 자료가 가득하다 또한 각종 수준높은 역사 강좌가 연중 계속된다 일반 전시실 관람은 무료이고, 국대급 강사들이 진행하는 강좌가 선착순 무료인 경우도 많다 경주와 부..

사진따라 2020.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