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사진 111

산이 있는 풍경

산도화山桃花 - 박목월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山桃花)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한때 산에 가고 싶어서 몸살을 앓던 시절이 있었다 어지간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는 날에도 주말만 되면 배낭 둘러메고 산으로 가는 발걸음에 거칠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 사랑이 식은 걸까? 멀리 보이는 북한산을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뛸 때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지 말아야 할 핑계거리를 찾으면서 망설일 때가 훨씬 많아졌다 봄꽃은 지천으로 피었다가 이제 거의 떨어졌겠고 봄눈 녹아 흐르는 옥같은 물도 벌써 흘러갔겠지만 암사슴처럼 계곡물에 발을 씻으러 한번 가볼까? 그런데 국립공원 계곡물에 발을 씻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니 발 씻..

사진따라 2020.04.27

물이 있는 풍경

휴전선 달빛아래 녹슬은 기차길 어이해서 핏빛인가 말좀 하렴아 전해다오 전해다오 고향잃은 서러움을 녹슬은 기차길아 어머이 정 그리워 우는 이 마음 대동강 한강 물은 서해에서 만나 남과 북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전해다오 전해다오 고향잃은 서러움을 녹슬은 기차길아 너처럼 내 마음도 울고 있단다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 취재를 마친 H일보 김관현 기자는 명동에서 작곡가 홍현걸과 맥주를 마시다가 이산가족을 위한 노래 한 곡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김기자가 임진각 부근 철도중단점에서 본 현수막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글귀를 떠올리며 가사를 썼고, 홍현걸이 바로 다음날 9시간 만에 곡을 붙였다 나훈아가 꺾고 뒤집으며 부른 은 남북해빙 무드를 타고 이산가족들의 가슴을 울렸다 (나훈아 팬클럽 게시판 참조) 나는 한..

사진따라 2020.04.24

공짜 풍경

풍경은 공짜다 - 김선태 풍경은 공짜다 공짜는 둥글다 텅 비어 있다 애초 주인이 없으니 보는 자가 임자다 눈은 대용량 저장 창고다 해도 달도 별도 문제없다 공짜로 세상 모든 것을 사들여도 넉넉하다 마음은 엄청난 대식가다 산과 바다와 들도 한입이다 통째로 세상을 먹어 치워도 마음껏 허기지다 눈에 보이는 것과 마음에 드는 것 모두를 공짜로 가질 수 있는 나는 가난하지만 천하제일의 부자다 행복은 공짜다 공짜는 둥글다 텅 비어 있다 애초 주인이 없으니 느끼는 자가 임자다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이 모두 풍경이기는 하지만 풍경다운 풍경을 만나려면 멀리 여행이나 등산은 아니더라도 동네 강변이나 뒷산이라도 가야 한다 그곳에 가면 풍경이 있기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누구나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풍경을 보는..

사진따라 2020.04.24

맹물 자동차

1916년 미국에서 맹물로 가는 차를 만들었다는 사람이 포드자동차와 언론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차 연료 탱크에 물을 채우고 녹색 알약 몇 개를 넣더니 직접 차의 시동을 걸고 완벽하게 시범 주행까지 마쳤다 현장을 본 사람들은 환호했고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실험에 사용하라고 자동차까지 한 대 보내주었는데 결국 사기로 결론이 났지만 현장에서 참관했던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속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1995년 영국의 한 TV방송에서 물만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엔진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상세히 보도했는데 개발을 계속하던 주인공이 몇 년후 식당에서 식사중 쓰러져서 사망했지만 원인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비슷한 일들이 여러번 있었지만 대부분 사기로 결론이 났는데 눈속임한 구체적인 방법이 밝혀지지 ..

사진따라 2020.04.21

대문

대문을 보면 왠지 ‘대도무문’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하 YS)이 즐겨 사용하던 '대도무문 大道無門’을 직역하면 ‘큰 길에는 문이 없다’는 뜻이지만 의역하면 ‘올바른 길을 가면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이겠다 YS가 현직일 때, 방한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이 글을 일필휘지해서 선물했고, 박진 공보비서관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 하는 클린턴에게 설명하게 됐다 그냥 직역해서 “A high street has no main gate.” ‘큰 길에는 문이 없다’고 하자 클린턴이 고개를 갸우뚱! 다시 “Righteousness overcomes all obstacles.” ‘정의로움은 모든 장애물을 극복한다’고 해도 글쎄..., “A freeway has no tollgate.” 세 번째..

사진따라 2020.04.18

불상

둥근 의자 위에 걸터앉아 왼쪽 다리를 수직으로 내리고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걸쳐 올린 반가좌 자세에 오른쪽 손가락을 뺨에 살짝 댄 채 생각에 잠긴 불상, 석가모니가 출가하기 전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모습에서 비롯되었다는 반가사유상이다 중앙박물관에는 국보로 지정된 반가사유상이 두 점 있다 많은 보물 중에서도 독방에 모시는 보물 중의 보물이고 교대 전시되거나 간혹 해외전시로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이런 최고 수퍼스타 두 점을 동시에 볼 기회가 있었다 전시된 반가사유상에서 눈을 떼지 못 한 채로 주변을 돌다 멈추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그냥 빠져들었다 마치 홀린 듯, 취한 듯 다른 생각은 전부 사라져버리고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숨쉬기조차 잊어버린 듯했다 입가에 머금은 생기있는 미소..

사진따라 2020.04.15

십자가

십자가 -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일제 강점기 중국 길림성 연변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언어로 일제에 저항했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다 평양 숭실중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일본 유학을 떠났지만 항일운동을 하다가 투옥되어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 짧은 생을 살다가면서도 100여 편의 시를 남겼고, 사후에 시집 가 출간되었다 교회 장로였던 조부와 부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사랑과..

사진따라 2020.04.12

커피 한 잔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때를 기다려봐도 왠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속을 태우는구려 팔분이 지나고 구분이 오네 일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 정말 그대를 사랑해~~ 내 속을 태우는구려 아~~ 그대여 왜 안오시나 아~~ 내 사람아 오~~ 기다려요 오~~ 기다려요 오~~ 기다려요 불덩이같이 이 가슴 엽차 한잔을 시켜봐도 보고싶은 그대 얼굴~~ 내 속을 태우는구려 우리 가요계에 트롯이 절대 강세였던 1968년, 한 미모의 여성듀엣이 데뷔하면서 발표한 음반에는 들어보지 못 하던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들이 가득했다 를 비롯해서 신중현이 만든 노래들을 들으면서 청춘들은 열광했고, 펄 시스터즈는 데뷔하던 해에 MBC 가요대상을 받았다 사이키델릭 록, 소울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신중현 작사 작곡 은 가슴을 콕콕 찌르는 가사..

사진따라 2020.04.07

잠과 삶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눈이 말똥말똥 한다든가여행이라도 가서 잠자리가 바뀌면 잠이 안 온다든가또는 별 이유도 없이 잠을 못 잔다는 분들도 많은데어찌된 일인지 나는 아직도 잠이 많아서 걱정이다 나이 젊은 탓이겠지만^^ 아침 7시에라도 일어나려면 반드시 알람을 해놓아야 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 잠 잘 자는 게 축복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이런 나를 놀라게 하는 잠의 고수들도 많다민주화 투사였던 어느 유명 원로 정치인의 일화!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혹시 사형선고를 받을지도 모르는 살벌한 법정에서그분의 어머님은 과감하게도(?) 졸고 계셨다고 한다그분도 역시 언제나 어떤 자리에서나 잘 졸았지만 모전자전인지라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잠에 관해서 오래 ..

사진따라 2020.04.05

새들의 조화

새 - 이준관 새들이 새들이 물가에 앉아 부리 속까지 봄 물 소리로 채우고 돌아와 하늘에 조금 나무에 조금 뿜어대더니 하늘에 물빛 구름 두어 점 나무에 초록 잎사귀 두어 잎 물가에 앉아 있던 새들이 봄물 소리를 물고 와서 하늘에 조금 뿜어대더니 물빛 구름이 나타나고 나무에 조금 뿜어대더니 초록 잎사귀가 나온다? 동화책이나 만화영화에 나옴직한 장면이 떠오른다 자연을 보며 이렇게 상상하고 단 몇 줄의 짧은 시로 이런 장면을 그려내는 시인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시인의 생각처럼 정말 새들의 조화인지 모르겠지만 곳곳에서 새 생명이 솟아나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지나친 개발로 자연을 파괴하는 어리석음은 멈추고 인간과 자연이 조금 더 조화롭게 지내기를 바래본다 조작 사진 찾기! 변집섭 노래 듣기! https://ww..

사진따라 202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