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사진 111

나의 침실로

유튜브에서 게시물을 보고 있으면 수시로 광고가 뜨는데 나에게는 아주 낯선 수면제 광고가 상당히 자주 보인다 그만큼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출장이든 여행이든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못 자는 건 나에게는 언제나 ‘먼 나라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보니 편안한 침실 분위기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는 편이다 안나푸르나 트래킹 갔을 때 숙소에는 호텔, 롯지 등 그럴싸한 이름이 붙어 있었지만 방에는 제멋대로 생긴 낡은 매트에 삐거덕거리는 나무 침대 두 개가 전부였다 온기라고는 없는 그 방에서 파커까지 껴입고 자야했다 친구와 함께 크루즈 여행 때 바다가 보이는 창문 대신 싸구려 해변 그림이 걸린 침실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그래도 에어컨은 빵빵하게 나오니 천국이라 생각하고 벽에 높이 걸려 있는 보조침대..

사진따라 2020.06.29

물레방앗간의 전설

오래 전 인류는 단단한 나무 열매를 따서 평평한 돌판에 올려놓고 둥근 돌로 문지르거나 으깨어서 먹었을 것이다 이때 사용한 둥근 돌을 갈돌이라고 하는데 농경사회에서 필수적인 도구인 방아와 맷돌은 이 갈돌에서 비롯되었다 대형 기계로 벼나 보리의 껍질을 벗기고 가공하는 정미소, 가래떡을 만들거나 고추를 빻거나 참기름을 짜는 방앗간, 찐 찹쌀을 공이로 쳐서 인절미를 만드는 나무나 돌 절구, 녹두와 콩을 갈아서 빈대떡과 두부를 만들 때 쓰는 맷돌, 곡물이나 과일, 커피콩도 간편하게 갈아주는 믹서기까지 우리가 사용했거나 사용하고 있는 설비나 도구들이 모두 원시인이 사용하던 거친 돌멩이에서부터 발전된 것들이다 본래 기능을 잃고 관광지 볼거리로 전락(?)한 물레방아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개된 장소에 서 있게 되었지..

사진따라 2020.06.25

과거 속으로

즐거웠던 그날이 올 수 있다면 아련히 떠오르는 과거로 돌아가서 지금의 내 심정을 전해 보련만 아무리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 잃어버린 그님을 찾을 수 있다면 까맣게 멀어져간 옛날로 돌아가서 못다 한 사연들을 전해 보련만 아쉬워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 대구의 어느 고교 야구팀에서 맹활약하던 투수가 있었는데 모든 운동에 만능이었을 뿐만 아니라 노래도 아주 잘 했다 날렵한 몸매와 훤칠한 키에 귀공자같은 용모의 그 선수는 감미로운 사랑의 노래라면 가요와 팝송을 모두 잘 불렀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는 운동장보다 음악실을 찾아다니며 음악에 빠져서 지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가 음악실에 마주친 한 여대생에 마음을 빼앗기지만 군복무중인 남친이 있음을 확인하고는 이내 마음을 접었다 이후 야구 선수..

사진따라 2020.06.22

둥근 세상

고대인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지만 중세에 들어와 항해나 천문학 관련된 사람들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해서 근대부터는 대부분 사람들이 지구는 둥글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민간 유인 우주선이 발사되는 21세기에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절대 없다고 봐야 할지... * 지구 평면론 보기! https://youtu.be/zkEtpX8rykg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별 자체도 둥글지만 우리 주변에는 둥근 것들이 너무 많아서 꼽아보다가 잠이 들 것 같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1970년대 통기타 반주에 맞춰 자주 불렀던 국민가요 ..

사진따라 2020.06.14

바람의 길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바람같이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니 바람도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은가 보다 평생 기인처럼 살다간 천상병 시인은 자신이 바람인 줄 알고 사람의 길이 아닌 바람의 길을 따라다녔을까? 그리 매이지 않고 살았으니 반쯤은 바람일 듯도 하다 어머니 무덤가에 작은 비를 세우면서 뒷면에 새길 글을 찾다가 천상병 시인의 을 적어 드렸다 그리고 음유시인 이동원이 부르는 노래 을 한동안 웅얼거렸지만 부르기 어려워서 접고 말았다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

사진따라 2020.06.14

길을 묻다

길을 묻다 - 이인수 눈 덮인 겨울 산에서 세상의 길들을 만난다. 갈래 난 사람의 길 은밀한 짐승의 길 하늘로 향하는 나무들의 꼿꼿한 길, 문득 걸음 멈추고 뒤돌아 본 나의 길은 비뚤비뚤 비딱하다. 어디로 가야할까, 아직 봉우리는 아득한데 어디로 가야할까, 겨울 산 비탈에서 다시 길을 묻는다. 길을 걷는다고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간혹 힘든 정도를 넘어서 괴로움의 연속일 때가 있다 오래 전이지만 내게 그런 암울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가 가는 길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했고 멈춤과 탈출 버튼을 누르고 싶은 유혹이 너무도 컸다 어느 분에게 물어보았다, 내 앞길이 계속 이런 거냐고! 그 분은 아니라고 하면서 잘 익은 사과 한 알을 주었다 그 사과를 껍질 채 먹은 덕분인지 다시 걸을 수 ..

사진따라 2020.06.09

길에서

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인생길에서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만은 아니다 가까운 곳으로 가는 짧은 길에도 전후좌우, 동서남북 여러 줄기가 있어서 항상 나에게 선택하도록 만든다 쉽고 간단한 선택도 있지만 어렵고 복잡할 때도 있다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머리 싸매고 고민도 하게 된다 지리산 둘레길이나 동해안 해파랑길 정도의 긴 길을 걷다 보면 표지판을 놓쳐서 길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뒤로 돌아가서 정해진 길을 따라 걸을지 아니면 길 방향만 보고 그대로 갈지 선택해야 한다 목표 지점까지 빨리 가려고 길을 질러가지는 않지만 정해진 길만 또박또박 따라가는 것도 재미없는 ..

사진따라 2020.06.07

제철 과일

서울 촌놈인 탓에 어린 시절부터 진열된 과일만 보았지 나무에 달린 과일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40대 후반 미친 듯이 전국의 산들을 누비고 다닐 때 어느 산골 마을 입구에서 제법 커다란 감나무를 만났다 물론 내가 감나무를 알아본 것이 아니라 나무에 달린 주홍색 감들을 보고서 감나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초겨울이라 감은 대부분 수확했고 높은 가지에만 겨우 몇 개 달려 있었는데 그걸 온갖 방법으로 따서 먹었다 그게 까치나 다른 새들을 위해 남겨둔 까치밥이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 하고 저지른 만행(?)이었지만 서리를 맞으며 나무에서 익은 홍시의 맛은 환상이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을 때 가을이면 단감이 가득 달린 감나무들과 바닥에 뒹구는 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어느 산골 마을 아주머니가 마..

사진따라 2020.06.04

야채

사랑은 야채 같은 것 - 성미정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누군가 밥을 열심히 먹고 있는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이면 ‘복스럽게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미운 사람이면 ‘게걸스럽게 먹는다’고 흉을 ..

사진따라 2020.06.02

예쁜 글, 고운 말

언제부터인가 TV 뉴스는 거의 보지 않고 지낸다 그렇다고 세상과 완전하게 담쌓고 지낼 수는 없으니 온라인 신문에서 최소한의 세상 소식만 확인해 본다 소위 지도층 인사라는 분들이 내 편, 네 편을 갈라서 내 편 의견에 토를 달면, 네 편 나쁜 놈으로 몰아간다 더 이상한 것은 네 편의 잘못에 대해서는 서릿발같이 날카롭다가도, 나와 내 편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워진다 온라인 신문에서 일반인들의 댓글을 보면 더 심하다 나와 의견이 좀 다르면 바로 멱살잡이에 육두문자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나 원로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다 길에서 흔히 보는 현수막이나 표지판은, 상업용이든 공익용이든 단순한 의사 전달용이든, 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인지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다 재미있는 표현으로 빙긋 웃음이 떠오르게 만들거나 예쁘고..

사진따라 2020.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