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사진 111

뜨는 해

내 나라 내 겨레 - 김민기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피어린 항쟁의 세월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 위에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환히 비치나 눈부신 선조의 얼 속에 고요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 앞에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 출사 다니는 사람들은 새해 첫날을 산이나 바닷가에서 맞이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외딴 곳에서 추위와 싸우며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게으른 탓에 새해 첫날은 물론이고 여느 날에도 일출 사진을 찍으려고 그 고생을 한 적은 없지만 태백산 등산길에 일출을 기다리던 기억은 있다 한겨울 새..

사진따라 2020.02.04

거리 공연

백수가 되고 1년쯤 지난 어느 해 11월 어느 날,나는 결국 드디어 마침내 거리로 나서게 되었다 기타를 제대로 배우겠다고 잠시 다녔던 기타 모임 ‘베짱이와 친구들’의 선생님이 마련한 자리였다  1호선 열차를 타고 의정부를 지나 덕정역까지 먼 길을 가는 내내 기대와 걱정이 함께 했다  지인들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려고 문자 메시지를 써놓았지만 보내지 않고 그냥 지워버리고 말았다 또 잘난 척하는 것 같기도 해서...ㅎ 오늘 길거리 가수로 데뷔합니다^^노인 복지시설 월동자금 모금을 위한 길거리 콘서트에 노래하러 가는 길입니다 누군지 모르는 분들이지만 어려운 어르신들이이 겨울을 조금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겠습니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겠지만멀리서라도 응원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사진따라 2020.01.27

떠나가는 배

배 - 김소월 개여울에 닻준 배는내일이라도순풍만 불면은 떠나간다고 개여울에 닻준 배는이밤이라도밑물만 밀면은 떠나간다고 물 밀고 바람 불어때가 되면은개여울에 닻준 배는 떠나갈 테지 인테넷에서 라는 제목으로 시를 검색해 보니 소월의 시 한 편이 나오는데 처음 만나는 작품이다 이 가사에 곡을 붙인 노래가 1978년 장은아 2집 앨범에 수록되었다는데 노래는 찾지 못 했다 ‘닻준’이라는 단어의 뜻을 검색해도 알 수 없어서 시를 반복해서 읽어보다가 내멋대로 해석해 본다 닻준->닻을 준->닻을 내린, 이런 뜻이 아닐까?배가 개여울에 닻을 내리고는 있지만물때와 바람의 상황이 맞으면 떠나간다... 뗏목, 나룻배, 돛단배, 증기선 등등 배라는 배는 왜 전부 떠날 생각만 하는지 모를 일이다 정태춘의 노래 한 소절을 흥얼거려..

사진따라 2020.01.23

배의 꿈

작은 배 - 고 은  배가 있었네작은 배가 있었네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떠날 수 없네멀리 떠날 수 없네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배는 언제나 물살을 헤치며 달리고 싶어 한다아마 오래 쉬지 못 할 운명을 타고 났는가 보다 아픈 부분을 고치기 위해 묶여 있어도,한 겨울을 지나기 위해 뭍에 올랐어도,오랜 세월 제 역할을 다하고 물러났어도,심지어 수명을 다해 조각조각 분해되었어도 좋은 자리에 누워 등따시고 편하게 지내거나뭍에 올라와서 구경꺼리가 되는 건 더 더욱배에게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아무리 작아도 배라면 물 위를 달려야 한다 이 겨울밤에도 배는 그런 꿈을 꾸고 있을게다그래야 배가 맞다! 조동진 노래 듣기!https://www.youtube.com/watch?v=ypEOAQea3mw

사진따라 2020.01.19

깃발을 들고

깃발 -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텔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오로지 맑고 고운 이념의 푯대 끝에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가을이면 만국기가 휘날리는 학교 운동장에서 청군과 백군으로 나뉜 아이들은 경기하는 동안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응원의 함성을 지르지만경기가 끝나면 양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경기 하나마다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겠지만운동회가 끝날 때에는 양팀 모두 하나가 된다 무수한 깃발과 현수막이 난무하는 광장에서좌팀과 우팀으로 나뉜 어른들은 등을 돌리고있는 힘을 다해서 자기 팀의 구호를 외친다 자기 팀과 생각이 조금만 다르면 바로 적이고두 팀이 손잡고 공존할 공간은..

사진따라 2020.01.17

빨래꽃

빨래꽃 - 유안진 이 마을도 비었습니다 국도에서 지방도로 접어들어도 호젓하지 않았습니다 폐교된 분교를 지나도 빈 마을이 띄엄띄엄 추웠습니다 그러다가 빨래 널린 어느 집은 생가보다 반가웠습니다 빨랫줄에 줄 타던 옷가지들이 담 너머로 윙크했습니다 초겨울 다저녁 때에도 초봄처럼 따뜻했습니다 꽃보다 꽃다운 빨래꽃이었습니다 꽃보다 향기로운 사람냄새가 풍겼습니다 어디선가 금방 개 짖는 소리도 들린 듯했습니다 온 마을이 꽃밭이었습니다 골목길에 설핏 빨래 입은 사람들은 더욱 꽃이었습니다 사람보다 기막힌 꽃이 어디 또 있습니까 지나와 놓고도 목고개는 자꾸만 뒤로 돌아갔습니다 도시를 벗어나서 작은 시골 마을을 걸어가다 보면 길에서 누구든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식당이나 가게를 찾아가도 문이 닫혀 있곤 한다 아주 ..

사진따라 2020.01.14

겨울 등산

도시의 일상에서 안락함에 익숙해진 인간에게 자연 그대로의 겨울산은 너무 혹독한 시련이다 눈이나 얼음에 미끄러져서 발목을 다치는 정도의 부상이야 간혹 일어나지만 자칫 저체온 증상으로 인하여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특수부대 병사들이 훈련 중에 동사하는 기막힌 사고가 있었던 것도 바로 겨울산에서였다 한동안 험하게 등산을 다니던 나의 청춘시절, 겨울이라고 해서 산행을 절대 멈추지 않았다 눈이 쌓이거나 꽁꽁 얼어붙은 겨울철의 등산은 다른 계절 못지않게 기다려지는 매력덩어리였다 영하 10도 정도의 추위에도 산에 다니던 시절 ‘추운데 무슨 고생인지 성격도 참 이상하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등산을 함께 다니던 친구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하나둘 부상병동에 들어가..

사진따라 2020.01.10

시계

한밤중 시계를 본다 - 이문희  해넘이 긴 그림자 노을 베고 눕는다서녘으로 달려온 바람의 쉼없는 시간마음 먼저 달려온 안타까운 흔들림 하나 둘 꿈 찾아 은하 건너는 밤추억으로 몹시 슬프다가 기쁘다가서둘러 꼬리 감추는 긴 그림자검은 바다 속으로 깊이 침몰한다 한밤중 문득 손목시계를 본다내 인생의 시계는 지금 어느 별자리를 항해하고 있는가? 공직에서 은퇴한 후 시인으로 등단한 지인이 가끔 이메일로 자작시를 몇 편씩 보내주는데나에게 시를 평할만한 안목은 없기는 하지만 일단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아주 좋다아마도 1960년대 이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온 같은 세대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시를 읽으면서 바로 나훈아가 부른 노래라는 트로트곡이 떠올랐다내 노래방 애창곡에 들어가는 노래이기도 한데나이..

사진따라 2020.01.06

겨울산

겨울산 -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 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태풍 정도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묵직하고, 이 세상 괴로움 같은 것은 아예 초월한 듯하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일 만큼 가슴이 넓고, 언제나 말이 없으면서도 믿음직스러운 존재! 이런 사람이라면 물론 찾아보기 어렵겠지만 이런 산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산을 찾아가곤 하는데, 산의 품안에 있다 보면 머리와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산은 신비한 존재이다 시인은 그런 산이 고통을 견디고 있다고 말한다 나..

사진따라 2020.01.03

새해의 기도

새해 - 피천득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너 나무들 가지를 펴며 하늘로 향하여 서다. 봄비 꽃을 적시고 불을 뿜는 팔월의 태양. 거센 한 해의 풍우를 이겨 또 하나의 연륜이 늘리라. 하늘을 향한 나무들 뿌리는 땅 깊이 박고.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십자가 앞에서, 성모상 앞에서, 불상 앞에서, 촛불 앞에서, 돌탑 앞에서, 혹은 큰 나무 앞에서 무릎을 꿇거나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사람들 그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세계평화, 가족의 건강, 자녀의 대학 합격, 또는 사업의 성공, 그 어느 것이든 온 마음을 담아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사람의 마음도 경건해질 수밖에 없다 2020 경자년 새해, 올해는 20이라는 두 자리 숫자가 겹쳤는데 이런 해는 한 세기에 단 한 번뿐..

사진따라 2020.01.01